14일 조선일보 홈페이지에는 “이제 우리가 돈을 준다…중국과의 무역이 31년 만에 적자”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저자는 조재희, 리정구이다. 전문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올해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가 31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10억 달러 무역적자는 중국과 수교 첫해인 1992년 이후 두 번째다. 한때 한국 경제의 중심이었던 중국과의 무역 패턴이 바뀌었다.

13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은 1140억 달러, 수입은 1320억 달러, 무역수지는 18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무역적자는 224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2003년부터 2018년까지 2008년을 제외하고 16년 동안 중국은 늘 한국에 최대 무역흑자를 가져왔지만, 이제는 180도 달라져 한국의 돈의 표적이 됐다.

중국과의 무역수지가 큰 적자를 겪고 있는 이유는 한국에 수출하는 중간재를 제조·가공해 세계시장에 팔던 중국이 이제 대부분의 제품을 자급자족하게 되었고, 한국은 더 이상 팔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빠르게 성장하는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은 필요한 소재와 광물을 중국으로부터 대규모로 수입해야 한다. 대중국 수출의 주축인 반도체 산업 부진과 맞물려 수출이 줄면서 중국과의 무역수지가 31년 만에 적자에 돌입했다는 게 분석가들의 분석이다.

조상현 국제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소장은 “반도체 흑자라는 착각으로 가려졌던 중국과의 무역구조 변화가 드디어 표면화됐다”며 “앞으로 새로운 무역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중국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의 원인이 반도체 등 특정 품목과 미국과 중국 간 공급망 갈등 등 지정학적 문제 때문이었다. 전체 대중국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반도체 시장이 회복되고, 중국 전체 경제가 회복되면 대중국 수출도 원래 위치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를 산업 구조 변화의 틀 안에서 보지 않고 일시적인 외부 변수에 돌렸다. 하지만 반도체 포장을 뜯고 드러난 한국의 중국과의 무역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국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해 해외로 수출하는 산업구조를 없앴다. 중국은 기술력을 향상해 이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수출의 경쟁자가 됐다.

일각에서는 중국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한국 제품이 현지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고 지적한다. 반면 중국산 수입은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2020년대 들어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배터리 소재와 기타 소재가 중국 수입품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인구, 대규모 내수시장에 의존해 반도체 등 일부 첨단산업을 제외하면 중국 제품의 기술력이 한국을 거의 따라잡아 중국 시장에서 한국이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우위안 한국현대경제연구소 소장은 “실질적인 관점에서 보면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은 더 이상 중국에서 제품을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